생애 최초 수면 위내시경을 받았다, 나는 진상이 되었다

2021. 9. 1.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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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추적추적 아침부터 내리더니 하루종일 멈추질 않네요.
잠시도 멈출 기미가 안보이더니 결국 비는 저녁까지 계속 내리고 있어요.

오늘은 건강검진예약을 해서 비가 오는 날이지만 아침부터 서둘렀어요.
원래는 내일 오전 9시 예약이였는데, 갑자기 내일 일정이 생겨 하루 당기게 됐어요.

검진시간은 1시간 반 정도 소요된다고 해요.

건강검진에서 가장 떨리는(?) 검진은 위내시경이예요.
사실 대장내시경이 제일 무서운데 겁이나서 아직 한번도 못해봤어요. ^^;

3년전 위내시경을 했을때 만성위염이 나왔는데 그때부터 위에 안좋다고 알려진 음식들은 대부분 끊거나 줄이고 있어요.

위내시경 하기 전까지 꼬박 1년을 커피와 밀가루, 탄산을 끊고 자극적인 음식도 많이 줄였는데..
매번 할때 마다 만성위염이라니..

한번 망가진 위는 회복이 불가능할까요..? ㅠ

보통 위내시경을 할때 마다 일반으로 했어요.
내시경이 입을 통해 위로 들어가는 느낌이 싫지만 잠깐 참으면 되는데 굳이 수면까지 해야 하나 싶었거든요.

수면내시경을 하면 왠지 제가 나약해지는 기분이 들었어요.

그런데 지난해 검진 때 부터는 좀 느낌이 달랐어요.

위내시경을 하다가 작은 혹이라도 발견되면 떼내서 조직검사를 하는데 그 조직을 떼기 위해 무언갈 더 작업하고(잘 기억은 안나지만) 또 조직을 떼어내고..
시간이 오래걸리다 보니 정말 힘이 들었어요.

자꾸 눈에서 눈물은 나고, 입으로 들어간 내시경이 위에 닿아있으니 호흡까지 흐트러지고 정말 죽을맛이였어요.

'전에는 그러지 않았는데...
내가 나약해진 탓일까?
수면으로 하면 되는데 왜 사서 고생을 할까?'

그 후로는 다음 번은 무조건 수면으로 하자고 맘 먹었어요.

피검사을 위해 약간의 피를 뽑았는데 어지러웠어요.

'뭐야? 나 혹시 빈혈?
이러다가 쓰러져서 수혈 받는거 아냐?'

혼자 착각을 하며 이것 저것 검사를 받다보니 드디어 수면위내시경 차례가 되었네요.


시간은 오후 12시.
어제 오후 6시부터 금식한탓에 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어요.

처음안 사실은데 수면내시경을 받기 위해서는 복잡한 준비 과정이 필요해요.

약(아마도 가스 덜 생기게 하는 약)만 하나 쭉 짜먹으면 되는줄 알았는데 엉덩이 주사도 맞았어요.
더 중요한건 팔에 링거를 꼽아 수면제를 넣는다는데 전 이미 가장 좋은 혈관 자리를 채혈 할때 써버렸다는 거예요.

저는 혈관이 잘 보이지 않는 채질이예요.
양 팔에도 손등에도 웬만해서는 파랗게 뚝 튀어나온 쓸만한 핏줄이 보이지 않아서 채열할때 마다 간호사선생님들이 힘들어 하시곤 해요.

사실 저도 힘들어요ㅠ.

혈관을 찾아 왼쪽 오른쪽 번갈아가며 고무줄로 팔을 묵고 손 바닥으로 탁탁치는 것 뭐 괜찮아요.
하지만 바늘을 찔러서 혈관을 찾기 위해 후비는건(제 기분이 그래요) 너무 아파요..ㅠ

팔뚝에서 혈관이 안보이면 이번엔 양 손등을 시도해요.
만에 하나 바늘을 잘못 찔러 혈관이 터지기라도 하면 사용 못하게 돼요.

그래서 겨우겨우 오른쪽 손등에 혈관을 찾아 얇은 바늘로 채혈하는데 시간도 오래 걸리고 아파요.ㅠ

수면 내시경을 받으려면 링거형태로 수면제를 넣는데 주사바늘 꼽을 혈관이 없어서 간호사선생님들이 난감해 하셨어요.

겨우 왼쪽 손등에 바늘을 꼽았는데 결국 혈관이 터져버렸어요. ㅠ
다른 간호사선생님이 오셨어요.
오른쪽 팔뚝에 다시 바늘을 꼽아서 요리조리 후비는데 잘 안됐나봐요.

"죄송해요, 괜찮아요?"
"네.. 괜찮아요(아니요 아파요..ㅠ)."


결국 성공을 못 했어요.
바늘을 꼽아야 수면제를 넣고 수면위내시경을 할 수 있는데 바늘을 못 꼽으셨어요.

"일반으로 하셔야 겠어요."
"안돼요..!"

바늘도 못꼽은체 위내시경실로 갔어요.


'여긴 왜 이렇게 추운거야? ㅠ'

온몸이 덜덜 떨렸어요.
에어컨 좀 꺼달라고 부탁을 했어요.
의사선생님 덥다고 안되신다고 하시더니 파르르 떠는 제모습에 에어컨을 꺼주셨어요.
이불도 2개 덮어주셨는데 소용 없었어요.

이제 치아까지 달달거렸어요.
입에 보조기구를 물자 마자 전에 내시경 했던 기억이 났어요.
정말 공포스러웠어요.

'아.. 사람들이 이럴때 공황장애가 오는구나..' 하고 느낄 정도였어요.

간호사선생님 두분과 의사선생님이 합세해서 베드에 누워 달달 떨고 있는 제 양 팔뚝과 양 손목에 파늘 꼽을 혈관을 찾으셨지만 실패하셨나봐요.

"일반으로 하시겠어요?"
"아니요, 못해요...ㅠ"

결국 채혈 할때 사용했던 혈관를 재활용(?) 하기로 하셨어요.
작은 바늘을 꼽아 수면제를 넣는데 너무 아팠어요.

"아~~~~~ ㅠㅠ."

수면제는 프로포* 이라고 하셨는데 입자가 굵어 잘 안들어 간다고 하셨어요.

"일반으로 하실래요?"
"아니요, 참아볼께요..ㅠ"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었는데 호흡까지 힘들었어요.
그래도 일반으로 절대 하고 싶지 않았어요.

'이렇게 까지 고생했는데 일반으로 하라니..'

게다가 일반이라는 말만 들어도 그때의 고통이 느껴지는것 같았어요.

"산소 포화도 99예요. 괜찮아요."
'전 안 괜찮아요..ㅠ'

서서히 약이 들어가는데 손바닥 저 뼛속이 너무 아팠어요.
그러더니 통증은 손가락을 타고 가더니 손목까지 아팠어요.

"아~~~~악.. 아파요..ㅠ"

눈물이 났어요.

'수면내시경.. 안아프려고 하는거 아니였나?
이렇게 힘들 일이야?'

전 그렇게 진상이 되어있었어요.^^;

의사선생님과 간호사선생님들을 당황시키고 난감허게 만들었어요.
전 그렇게 난동 아닌 난동을 부렸어요.

"일어나세요"
"끝났어요? "
"네~"
"진짜 고생 많으셨어요~"
"검사 받을때 기억 안나세요?"
"네..."
감사인사를 하고 회복실로 왔어요.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검사가 끝났어요.

수면위내시경 검사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았는데, 제가 너무 검사 전 힘들어 해서 깨우지 않았다고 해요.
더 놀라운건 제가 그 대로 무려 1시간이나 잤다는 거예요.

* 수면위내시경 검사 소요시간 : 일반적으로 5분 내외에 시행되며, 조직검사 등의 이차 검사가 시행되는 경우 이보다 조금 길어질 수 있어요.


몸이 개운했어요~

'뭐지? 이기분..?'

간호사선생님들은 돌아가며 제 곁을 지키셨다고 해요.
제가 너무 힘들어 해서 걱정이 되셨다고 해요.
또 주사바늘을 제대로 빨리 못 꼽아 제가 더 고생했다며 미안하다고 하셨어요.

"아니예요. 제가 원래 혈관이 잘 안보여요. 고생많으셨어요^^;"

남들은 편하게 잘만 받는 수면위내시경..
전 너무 힘들었어요.

편하려고 받는 수면 내시경..
전 너무 고통스러웠어요.

'혈관이 안 도와줄줄이야..'

수면위내시경을 마치고 회복실로 가서 1시간을 더 누워 있었어요.
의사선생님 점심식사 하러 가셨다며 더 자라고 하셨어요.

'나, 정신 말짱한데..^^;'

원래는 10~20분 정도면 되는것 같아요.
수면위내시경을 받고 일어나면 어지러워요.

그 어지러움만 가시면 나가게 되는것 같아요.

저는 하는 수 없이 회복실에서 누워 있었어요.
옆 베드에 누워계시던 할아버지가 연신 방귀를 뀌셨어요.

회복실인듯 회복실 아닌 곳에서
이미 회복된 저는 더 많이 회복(?)되길 기다렸어요.


또 다시 만성위염식도염을 진단 받고 돌아가는 길에 마지막 간호사선생님 말씀이 기억에 남네요.

"운동 열심히 하세요~!"
"네...^^"

다음에 또 수면위내시경 받을거냐구요?
"네~^^"

운동을 열심히 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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